2009년 09월 12일
유서 깊은 군사도시의 길고양이와 친구 되기

애완동물 밸리에 보내긴 하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얘는 애완동물이 아닌데 =ㅅ=;
어쨌든 내가 애완동물밸리에 글을 보낼 날이 올 줄이야.
※ 글 후반부에 혐오 사진이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진에 찍힌 녀석과 친해지는데 몇 달 정도 걸렸다. 4월쯤 만나기 시작했던가?
처음에는 밤에 귀가하거나 마중나갈 때 보면 먹을 것(작은 소시지 조각)을 조금씩 던져주던 것에서 시작.
동물하고는 한 번에 확 친해지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ㅎㅅㅎ;).
천천히. 느긋하게. 꾸준히.
어차피 데리고 와서 키울 것도 아니잖아?
한 때는 한 달 정도 못 만나던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 보면 알 정도가 되었다.
두어달 쯤 되었을 때에 큰 맘 먹고 조금씩 먹이를 주며 집 마당까지 유인해봤는데, 잘 따라오더라 -ㅅ-;
그 이후로는 밤 늦게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 중간에서 가만히 있는 모습과 마주치곤 했고,
내가 아는 체(…)하고 먹이를 주거나 하면 슬슬 집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요즘에는 그냥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 -ㅅ-;
대개 밤에만 출몰한다. 낮에 본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
맨 윗 사진은 그 드문 케이스라서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찍었다 ㅎㅅㅎ;
이름은 아가씨가 『슈렉』이라고 지었다(…).
밤에 본 녀석의 커다란 동공이 모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양이를 떠올리게 만든 것에서 유래하는 듯.
근데 얘 암컷이라고. orz


그리고 얼마전까지는 새끼를 데리고 밤마다 집을 방문했다.
새끼들은 어미와는 달리 사람을 많이 경계해서 거의 만져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
새끼들도 예전에는 눈만 마주치면 후닥닥 도망가던 것들이,
지금은 그럭저럭 가까이 와서 웅크리고 먹이를 기다린다.
하긴 지금은 많이 컸으니깐. =ㅅ=;

요즘에는 새끼를 뱄는지 배가 빵빵하다. 몸통만 봐도 커다란 닭 한마리 정도? (…)
배가 부르기 시작한지 한 달이 좀 넘은 것 같은데, 이번 달말이나 다음 달초쯤 새끼를 낳지 않을까 싶다.
전에 낳았던 녀석들이 아직 다 크지도 않았는데 성질도 급하다 싶지만, 길고양이들이 다 그렇지 뭐 =ㅅ=;

우리 집 마당은 녀석의 영역인 모양이다.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외모의 고양이(암컷)가 녀석을 슬슬 따라다니며 덩달아 얻어먹으려고 하는데 가차없다.
덤벼들면서 공격하는 건 아닌데, 왼발 오른발 스트레이트와 내려찍기까지 레퍼토리도 참 다양하더라 =ㅅ=;

난 무슨 동물이든 서열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실천하는 편이다.
먹이를 주는 순서나 양, 쓰다듬어주는 순서 등등.
동물들이 모를 것 같지?
귀신 같이 안다 ㅎㅅㅎ/
개, 고양이, 다 똑같다.
뭐, 전부 다 받아들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 많으면 이래저래 귀찮아진다.
불행히(…) 나는 성격도 차가워서 원래 귀여워하던 놈만 귀여워하기로 간단히 결정(…).
다른 녀석은 홀대해서 다른 곳에 가게 만들…………려고 했는데, 저 뒤쪽의 다른 녀석도 새끼를 밴 상태. =ㅅ=;
차마 적극적으로 내쫓지 못하고 그냥 놔두고 있다.
요즘의 걱정은, 집에 새끼를 낳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
밖에서 온 녀석을 쫓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내 집에서 낳은 생명을 밖으로 쫓아내는 건 좀 그렇잖은가.
그냥 어디 다른 곳에서 살면서 우리집에 간간히 놀러온다는 구도가 나에게는 딱 좋다.
사실 오늘 포스팅을 하게 만든 이유는 따로 있다.
원래 오늘은 그동안 찍은 고양이 사진들을 이용해서 포스팅을 작성해보자~ 하고 컴 앞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밤 10시 반. 혹시나 싶어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더라.
대문 밖에 나가보아도 아무도 없음.
아쉬운 마음에 그냥 야옹~ 하고 불러보았더니, 집 앞 주차장의 차 밑에서 야옹~
…『슈렉』과 다른 녀석이 같이 나타났다.
그렇게 이리저리 먹이를 주며 한동안 놀다가 문득 잔디밭 쪽에 눈길을 주었는데…
※ 혐오 사진이 있으므로
마음의 각오를 하신 분만 스크롤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각오를 하신 분만 스크롤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가카……아니, 새끼 가카, 아니, 새끼 쥐를 잡아다 놓은 것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이 잡아다 놓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의 정황을 미루어보아 녀석이 틀림 없다! -ㅅ-;
예전에 지축에서 살면서 고양이를 기를 때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정말 간만이다.
나는 이런 건 "나 칭찬해줘요" 혹은 우애의 표시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는 어떠려나?
도시의 고상한 하우스캣들은 어떨지 몰라도, 이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이 정도는 한끼 식사다.
진짜 먹는다고! 우둑우둑 소리 내면서! ;ㅅ;
여하간 안 먹고 갖다 준 성의를 고맙게 받아들여야겠는데, 이걸 어떻게할지는 내일 아침 생각하기로 하고 -ㅅ-;
그렇게 이 기쁜(?) 이벤트도 올릴 겸 해서 컴 앞에 앉았다가 별 생각없이 내 방 창문을 열고 밖을 한 번 내다보았다.
…어? 어두운 잔디밭 가운데 뭔가 이상한 게 보이네?
나는 다시 밖으로 뛰어 나갔고………


유서깊은 군사도시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전투력도 3배.
잡아다놓은 가카…아니 새끼쥐가 두 마리 더 있었다. 왜 잔디밭 여기저기에 흩어놓은 거냐(…).
집 근처에 낮은 산이 있는데다 시골동네인만큼 쥐가 살긴 살겠지만 이런 적은 처음 ;ㅅ;
……그러고보니 예전에 지축에 살면서 기르던 녀석들은 뒷산에서 30센티 정도의 실뱀을 잡아왔었지.
그게 어머니 슬리퍼 위에 놓여있었던 건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올해 차분히 관찰해본 바로는 우리집 주위에는 약 4-5마리의 길고양이(성묘)가 세력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집 앞의 교차로가 각 세력권의 접경지인 모양이다 -ㅅ-;
일단 『슈렉』과 슈레기친구(…).
간간히 우리집 마당을 횡단하고 지나가는 주황색털 하얀 발의 뚱땡이 고양이,
뒷쪽 길 건너집에 새끼를 낳았던 얼룩고양이
목줄에 앞발이 끼어서 비틀거리는 채로 마당에 들어왔던 어글리캣(…아마 배고파서 들어온 모양).
현재 이 길목의 패자는 슈렉이다. 저 여유를 보라! orz

여하간 앞으로 얼마나 더 같이 놀 수 있을는 모르겠다. 길고양이니까.
완전히 책임져줄 수 없는 이상, 기른다는 느낌보다는 놀러오면 먹이를 준다는 느낌에 가까운 거리유지.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슈레기친구(…)가 나에게 홀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구걸'한다는 데 있다.
문 밖에서 야옹~ 하고 계속 울며 밥달라고 사람을 부르는 고양이라니 -ㅅ-!
기품과 위엄을 잃은 고양이는 고양이로서의 매력이 크게 반감된다고 생각한다. ㅎㅅㅎ
그러나 슈렉은 결코! 먼저 울며 달려오는 법이 없다.
항상 이쪽이 불러야, 그제서야 야옹거리며 다가온다는 것!
길가에서 마주치든, 대문 앞에서 만나든.
아아, 아름답다 ;ㅅ;b (…)
어쨌든, 요즘에는 밤마다 이렇게 지내고 있음. ㅎㅅㅎ/
# by 정수君 | 2009/09/12 01:46 | 소시민적 일상 | 트랙백 | 덧글(20)











기르는 사람이 고생하는걸 봐서 그런걸까요 'ㅅ')...
하기사 귀여운 것은 무적이니까요~
이글루스에서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할머님께서는 고양이들이 공물을 바치면
고양이들 앞에서 냠냠 먹는 척하고 갖다 묻어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뭔가 훈훈한 이야기ㅋㅋㅋㅋㅋ
"당신의 집은 슈렉에게 먹이를 준 그순간부터 슈렉과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라는 느낌이 되어버릴지도 'ㅅ'
성묘 넷, 새끼고양이 일곱.
어떤 의미의 천국, 어떤 의미의 지옥이었지요 -ㅅ-;
길고양이랑 이런 식으로 친해진다거나 하는건 저로선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서,
굉장하게 느껴지네요 ;ㅁ;b
그나저나, 사랑받고계시는군요. 넵. (응?;)
과도한 사랑은 부담인데 큰일입니다 ;ㅅ;
그나저나 쥐라니. 촌냄새가 풀풀나서 조, 조, 좋네요?!
특히, 음식점 같은데서는 남은 음식 같은걸 뒷마당에 모아 놓으면
슬쩍 와서 먹고 가는 녀석들이 많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