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30일
■ 090530 :: 근황

지금은 고인이신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시절에 신문을 펼쳐놓고 한자를 물어보곤 했다.
(당시에는 한자 전용화가 안 되어있을 시기라, 한자들이 꽤 많았다)
대개는 신문 1,2면이 대상이 되었고, 자연스레 정치적 이슈들을 종종 접하게 되었다.
당(黨)이란 한자는 덕분에 꽤 빨리 익혔다.
고학년이었을 즈음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신문 정치면도 좀 봐라. 알아둬서 나쁠 거 없다. 소설 같아서 재미있다."
그 뒤로 나는 정치 쪽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이야기라지만 읽는 게 뭐 이상하겠느냐며.
물론, 그 상황이 어떤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지 국민학생 꼬마의 머리로는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소설 같아서 재미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기가 막힌 표현이다.
시기를 따져보면 대충 삼당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 걸 보셨을 때이니, 그런 말도 무리도 아니겠다 싶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극적인 지금의 현실을 당신께서 보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김대중 씨의 얼굴이 새겨진 노란색 손수건을 갖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평민당의 심볼 컬러는 노란색이었다.)
월말과 월초에 마감이 밀려 있어서 결국 분향소에도 못가보고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났다.
정말 더럽게 우울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산 사람은 산 사람의 일이 있으니.
진짜 바쁠 때에 훌쩍 가버린 야속한 사람이다.
그래도 가야할 사람은 보내줘야지 어쩔 수 있겠는가.
오늘 밤만큼은, 정말 우울할 때 술마시고 담배피는 사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by | 2009/05/30 02:16 | 소시민적 일상 | 트랙백 | 덧글(6)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